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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량 줄고 등급 뚝... 쌀농가 깊어지는 허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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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0-15 13:03 조회1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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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량 줄고 등급 뚝”…쌀농가 깊어지는 허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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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륜 기자이시내 기자
농협 매입 현장 가보니
폭염·벼멸구 피해로 작황 나빠
햅쌀값 지난해보다 14% 낮아
소비도 부진…소득 감소 우려
14일 인천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 강화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벼 매입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화=이종수 기자
14일 인천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 강화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벼 매입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화=이종수 기자

“수확의 기쁨요? 그런 거 없어요. 생산비는 잔뜩 늘었는데 소출은 줄다보니 한해 농사를 헛 지은 거 같아 허탈하기만 합니다. 쌀값이 떨어져 벼값마저 제대로 못 받게 생겼으니 신이 날 리가 있겠습니까.”

13일 충남 당진해나루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 박승석) 미곡종합처리장(RPC). 당진지역 4개 농협의 통합 RPC인 이곳은 중만생종 햇벼 매입이 한창이었다.

농민들이 벼를 가득 담은 수매통을 트럭에 싣고 RPC로 줄지어 들어오자, 작업자들은 지게차로 수매통을 내려 벼를 투입구에 연신 부렸다. 투입을 마치면 농민들은 트럭에 빈 수매통을 싣고 다시 들녘으로 분주히 향했다. 조공법인은 이 RPC를 포함해 총 4곳에서 올해 2만5100t의 벼를 11월8일까지 매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벼를 가지고 나온 농민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9월 서해안을 휩쓴 벼멸구와 도복 피해 등으로 지역에 따라 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등급도 좋지 않아서다.

9917㎡(3000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이은수씨(71·당진시 송악읍)는 “벼멸구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방제를 5번가량 하느라 농약값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하는 등 영농비가 급증한 데다 벼가 제대로 여물지 않아 품질도 좋지 않다”며 “수확량도 지난해보다 10%나 감소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공법인 관계자는 “예년에는 제현율(벼의 껍질을 벗겨 현미가 나오는 비율) 83% 이상인 특등 비율이 60% 정도는 나왔는데, 올해는 특등을 받는 벼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쌀 최대 주산지인 전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14일 무안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RPC엔 산물벼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연이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들 농민 또한 얼굴에 근심이 짙게 어려 있었다. 폭염과 벼멸구로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수확기 쌀값마저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무안에서 9만9173㎡(3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성수씨(78·해제면)는 “약제를 2번이나 뿌렸는데도 벼멸구를 방제하기가 어려웠다”며 “여기에다 폭염 때문에 벼가 충분히 여물지 않아 통상 한마지기(661㎡·200평)에서 40㎏들이 기준 70포대가 나왔는데 60포대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윤병식 해남 옥천농협 OK라이스센터 장장은 “올해 작황이 안 좋다보니 전반적으로 품위와 수율이 떨어진다”며 “농가를 그대로 돌려보낼 수도 없어서 ‘등외등급’을 신설해 차등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가들은 소득 감소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작황이 좋지 않은 데도 쌀 소비 감소 심화로 쌀 수급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365만7000t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정한 올해산 쌀 예상 수요량(352만9000t)보다 12만8000t이나 많다. 지난해의 경우 과잉량은 9만5000t이었다.

게다가 산지 쌀값이 출발부터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올해 벼값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올 첫 신곡 가격인 10월5일자 쌀값은 80㎏들이 한가마당 18만8156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21만7552원)보다 무려 13.5%나 낮다.

이씨는 “수확량이 줄었으면 벼값이라도 잘 받아야 소득에서 보상이 되는데 지난해보다도 못할 거 같아 걱정이 크다”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벼 4t을 출하한 김윤식씨(78·해제면)도 “지금 쌀값 추세대로라면 올해 잘해봐야 500만원 정도 정산받을 것 같은데, 이걸 누구 코에 붙이겠느냐”며 “인건비와 자재비는 모두 오르고 쌀값만 약세인데 그야말로 적자농사를 짓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충남지역의 한 RPC는 올해산 벼 매입값을 지난해보다 9%가량 낮춰 결정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전남의 경우 우선지급금이 지난해보다 1만원가량 낮은 4만5000∼5만1000원으로 책정되고 있다.

신정옥 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은 “민간 RPC가 매입에 나서지 않는 데다, 재고 부담이 컸던 농협이 구곡 처리에 나서는 바람에 쌀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신곡 추가 격리 발표만으로도 쌀값 반등이 가능한데, 물가를 이유로 소극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벼농가 최광호씨(80·당진 3동)는 “지난해 초과 생산량이 9만5000t이라고 했지만 총 20만t가량을 격리하고도 쌀값은 줄곧 내리막길을 탔다”며 “올해 초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2만3000t의 최소 몇배에다 RPC 등에 남아 있는 지난해산 구곡까지 모조리 격리해야 쌀값이 그나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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